일념일로

Review 2015. 3. 7. 07:47

   

"의와 협을 지켜라. 악을 물리쳐라. 약자를 구해라."

1인 1무공. 그 누구라도 무공을 배우고 사용하는 것이 당연해진 세상. 범세계적 합동무공교육지구 '중원도中原島'는 전 세계 무림인이 선망하고 동경하는, 명실상부 현대무공의 메카이다.

과거, '흑천마교黑天魔敎'의 무리에게 소중한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긴 소년 박시우.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협객이 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흑천을 물리치기 위해, 중원도에 입도했다는 '흑천'을 찾아 직접 '강호학원江湖學院'에 찾아온다.

마침내 그곳에서 만난 것은 흑천의 후예, 흑발의 소녀 '흑천을녀黑天乙女' 천래아.

'협객'을 동경한 소년이 조우한 '악'은 ── 홀로 울고 있는 소녀였다.


From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8732346>


   

   

노블엔진 '1챕터의 승부' 당선작인 일념일로는 독특하다면 독특하게도 무협에서 사용되는 소재를 상당 부분 차용했습니다. '검술학교의 연애사정'에서도 어쩐지 무협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일념일로 쪽이 훨씬 적극적으로 무협의 세계관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무협을 읽어 적이 없는 독자다 보니 작중 계속해서 등장하는 무협 용어들로부터 신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확실히 무협 용어를 쓰는 것만으로 무협에서 나올 법한 구도들이 라이트노벨에서 등장하는 어색하지 않았던 같아요.

   

사실 소설은 위의 줄거리만으로도 어느 정도 요약이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박시우는 일념일로라는 특수한 무공의 소유자이고, 스승으로부터 흑천을 물리치라는 가르침만을 받으며 수련을 계속해 왔습니다. 그러다 일종의 학원도시인 중원도에 있는 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그곳에서 원수로만 여겨 왔던 흑천의 핏줄을 이어받은 흑천을녀 천래아를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천래아는 흑천이라는 이름 때문에 사회에서 배제되어 왔던 일종의 피해자였던 거죠.

   

일념일로에서 중요한 캐릭터로 기능하는 둘이 전부입니다. 제법 짧게 끝났을 수도 있는 이야기가 무려 500쪽이 넘는데, 그건 다양한 캐릭터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그런 같아요. 주역으로 활약할만한 캐릭터들이 대충 떠올려도 대여섯 명은 등장했는데 그들에게 각각 비중을 나눠 주다 보니 메인 플롯에 집중하는 조금 힘들었어요. 1권에서만큼은 시우와 천래아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진행시켜도 좋지 않았을까요?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답답했던 부분은 시우의 흑천에 대한 강박관념입니다. 소설 내내 시우가 흑천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계속되어 묘사되는 반면 그게 별로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무공을 쓴다는 빼고는 현대와 흡사한 세계관이다 보니 흑천이란 이름이 대체 어떤 건지 감이 오는 거죠. 오히려 흑천이 휩쓸고 간지 벌써 3대쯤 됐다면 핏줄에 대한 직접적인 증오는 조금 옅어졌을 법도 한데, 아무런 잘못도 없는 천래아를 덮어 놓고 증오할 정도라면 무슨 사연이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부분을 처음에 묘사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공인 일념일로가 조금 진정성이 떨어지는 스킬로 느껴졌네요. 마음을 굳게 믿는 것으로 강해질 있는 힘이라면, 마음은 엄청나게 강한 것이어야 해요. 초반에 시우가 일념일로를 있었던 원동력은 흑천에 대한 무조건적인 증오심이었습니다. 흑천이라는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만 연마해 기술인 셈이죠. 그렇다면 마음이 꺾였을 때는 페널티가 들어가야 하는데, 별로 그런 기색도 없이 새로운 일념을 쌓아 활약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선 절실함을 느끼진 못했습니다.

   

주인공과 메인 히로인의 이야기는 1권에서 사실상 끝난 같아요. 분량에서 워낙 많은 정보와 복선을 쏟아 냈기 때문에 2권에서 차차 해결해 나가겠지요. 다만 박시우와 천래아 둘의 관계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어야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됐을 같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둘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좋지만, 그러기에는 양쪽 모두 깊이가 느껴지는 캐릭터가 아니에요. 사건과 전개에 묻혀서 캐릭터의 매력이 많이 죽은 아닌가 싶네요.

   

워낙 분량이 길어서 갈등이나 사건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분량이 이야기에는 독이 되었습니다. 차라리 권으로 나뉘어 발간되었다면… 이라는 생각도 조금이나마 듭니다.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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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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