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시온 런치

Review 2015. 3. 4. 19:32

   

올해 1, 2월은 집도 없겠다 밖을 꽤나 자주 돌아 다녔는데, 저도 오타쿠고 친구들도 오타쿠라 어느 순간부터 만화 카페에 자주 갔어요. 거기서 친구가 집어 책이 '이사'였는데, 표지부터 마음에 들어서 제가 먼저 읽었습니다. 2015 읽은 만화들 중에선 가장 재미있었던 같아요. 플롯 자체는 정말 엉성해요. 이야기의 핵심적인 연결고리를 제외하고는 작가가 속된 말로 '꼴리는 대로' 썼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무리 없이 이야기가 부드럽게 흘러간 감탄스러웠어요. 거기에 그림도 제법 기호에 맞았고, 무엇보다도 대학생 청춘물이라는 소재 자체를 제가 워낙 좋아하는지라 정말 즐겁게 읽을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자연히 작가인 사무라 히로아키 씨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어 작품들을 찾아 읽었어요. 대표작은 '무한의 주인'인 것 같은데 30권짜리 장편이다 보니 정신없던 와중에 읽기는 힘들어서 단편들 위주로 찾아 읽었습니다. 그리고 '시스터 제너레이터'를 읽고 느꼈죠. 이 작가는 막 나가는 이야기밖에 못 쓰는구나… 물론 무한의 주인을 아직 못 읽었기 때문에 평가하기도 조금 뭣하지만요.

   

'할시온 런치'는 사무라 히로아키의 막 나가는 전개만으로 이루어진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걸 실험적인 시도라고 말해도 되는지는 모르겠고…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개연성이 어긋나는 일이 있더라도 그냥 밀고 나가는 타입인 것 같습니다.

   

시작은 사기로 사업을 말아먹은 겐(40, 무직)이 외계인 히요스와 만나게 됩니다. 히요스는 젓가락만 가지고 아무거나 먹어치울 수가 있어요. 그걸 뱉어 내는 것도 가능한데, 그러면 그 동안 먹었던 것들이 괴상하게 섞여 나오는 참사가 발생합니다. 이런 능력자를 보살피게 된 겐이 사기 친 사람을 찾아가 돈을 받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개가 계속 됩니다…

   

분위기는 밝은 개그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위에도 적었다시피 별 희한한 연출을 다 써 가면서 개그를 치다 보니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집중이 잘 안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간중간 무거운 이야기도 등장하기는 하나 무거운 분위기를 길게 끌고 가지 않아서 밝은 느낌이 계속돼요.

 

   

   

이렇게만 들으면 옴니버스 형식의 개그물 같은데, 엄연히 메인 스토리는 존재합니다. 사실 나가는 보여도 설정들이 탄탄하게 짜인 편이라 이야기가 별로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아요. 이사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인물들의 감정만큼은 결코 가볍게 다루지 않아서, 요란스런 작품 내에서도 캐릭터들이 흔들리는 일은 없습니다.


할시온 런치의 특징을 꼽자면 너무나도 난잡하게 전개되는 전개와 대비되는 깔끔한 느낌인 같습니다. 개그와 시리어스가 분리된 아니라 개그를 통해서 스토리를 차근차근 전개해 나가기 때문에 2권이라는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상당히 깔끔하게 완결이 났어요.

   

무엇보다도 작가의 그림 자체가 있어 보이는 그림이다 보니, 웃길 웃겨도 진지해질 때면 감정선을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사무라 히로아키가 플롯을 짜는 작가인지는 모르겠지만, 만화를 그리는 작가는 맞는 같아요.

   

   

   

이런 대사를 라이트노벨에서도 많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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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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